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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윤여철 외교관의 인생관, 광주의 미래 그리고 한국의 글로벌 과제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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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639회 작성일 21-08-3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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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철 외교관의 인생관, 광주의 미래 그리고 한국의 글로벌 과제에 대한 생각


세계인권도시포럼 사무국


윤여철 광주광역시 국제관계대사는 대한민국의 국제 관계에 많은 이바지를 해온 인물로 세계인권도시포럼에서 미얀마 사태 대응을 위한 국제적인 연대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미얀마 특별 회의를 주도할 예정입니다. 


WHRCF: 시간 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히 본인 소개를 해주시겠어요?


윤여철: 저는 37년간 대한민국 외교관으로 일해왔습니다. 서울대학교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다트머스 대학교와 플레처 법외교대학원에서 공부했습니다. 이후 주 미국 대한민국 대사관, 유엔 총회 의장실, 주 유엔 대한민국 대표부, 유엔 사무국 사무총장으로 네 차례 미국에서 근무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뉴욕에서 주로 근무했으며 아프리카에서는 코트디부아르와 이집트에서 두 차례 복무했습니다. 외교부에서는 의전국장과 북미국장, 의전부 차관, 그리고 대통령 의전비사관을 역임했으며 최근 주 이집트 대한민국 대사로 근무한 후 지난 2020년 8월에 광주시 국제관계대사로 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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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카이로선언 기념일 행사에서 연설하는 윤여철 대사 (2019년, 출처: 윤여철)


WHRCF: 외교 분야에 참여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영향을 준 사람이 있으신가요?


윤여철: 저는 어릴 때 우주의 아름다움과 신비에 매료되어 천체물리학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외력이 한국에 끼친 영향을 알게 되면서 외국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외교관이라는 직업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영어에 능통하면 훌륭한 외교관이 될 것이라고 말씀해주신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의 격려가 과학과 인문학 사이에서 선택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셨습니다. 1984년 초 외무고시에 합격한 후 마침내 대한민국 외교관으로서의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WHRCF: 유엔 사무총장 특별 보좌관과 이집트 아랍 공화국 대사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윤여철: 유엔 사무총장의 특별 보좌관으로서 사무총장의 일정과 대외활동을 담당했습니다. 아마 대외활동을 하며 비행한 연간 거리를 합산하면 세계를 두 번 여행한 정도일 것입니다. 2011년에 남미 방문으로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는 비행 일정이 있었습니다. 안데스 산맥의 화산 폭발과 화산재로 인해 기존 목적지에서 800km 떨어진 코르도바라는 도시로 방향을 틀게 되었습니다. 주최국은 대표단을 위해 관광버스를 제공했고 우리는 10시간 동안 그 버스를 타야 했습니다. 그날은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생일이었고, 고속도로변에 있는 식당에서 컵케이크에 촛불을 꽂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습니다. 아르헨티나에 이어 우루과이로 향하는 일정에서도 공기 중 화산재로 인해 배를 타고 라플라타 강을 건너야했습니다. 브라질로 가는 동안 우리는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재선임되었다는 소식을 전달받았습니다. 당시 반기문 사무총장은 본인의 생일과 재선에 대해 전혀 생각지 못한 채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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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고속도로변의 한 카페에서 생일 축하를 받은 반기문 전 사무총장 (출처: 윤여철) 


미국 코미디 영화 중 예측불가한 여정을 그린 자동차 대소동(Planes, Trains, and Automobiles)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우리의 험난한 여정과 거의 유사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여정을 비행기, 버스, 배(Planes, Buses, and a Ferry Boat)라고 불렀습니다. 


지난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들썩였고 이집트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집트에 있던 많은 한국인 관광객과 자원봉사자 그리고 거주자들은 하루 빨리 출국해야했습니다. 다행히 일부 유럽 국가들은 자국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전세기를 띄웠고, 자국민 외의 사람들도 비용을 분담하여 이용가능한 좌석에 앉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국가 대사들과 제가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 승객을 위한 정보 공유와 협력이 시기적절하고 효과적이었습니다. 이로써 영국과 프랑스 정부가 준비한 항공편으로 한국인 124명을 대피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후 한인 커뮤니티가 대사관과의 협력으로 전세기를 마련하여 133명을 한국으로 이송했고, 여전히 이집트에 남아있는 한국인들은 가족들이 한국에 무사히 돌아갔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재산 관리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힘든 일이었지만 한인 사회의 도움으로 모든 일이 잘 해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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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진행된 회의 (출처: 윤여철) 


WHRCF: 본인의 경험을 비추어봤을 때 외교관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가요?


윤여철: 저는 스스로를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잘 준비하려고 노력합니다. 잠재적인 외교관 후보자의 특징 중 하나는 문화, 역사 그리고 각국의 다른 측면에 대한 호기심입니다. 또한 외교관은 자국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호기심은 우리가 올바른 질문을 하고 또 대답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 스스로의 지식 범위를 넓혀줍니다. 서로 다른 문화 간 의사소통 과정에서 외국어 능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더 잘하면 잘할수록 그리고 제 2외국어를 구사하는 것 또한 의미 있습니다.


WHRCF: 1년 간 광주시 국제관계대사로 활동하셨는데요, 국제 협력에 있어 광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윤여철: 광주시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인권의 중심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2014년 이래로 광주국제교류센터가 세계인권도시포럼을 주관한 데 따른 영향력과 위신도 큽니다. 또한 광주시는 대한민국의 예술 중심지로 시민들이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광주 비엔날레와 같은 행사도 마련되어있으며 인공지능 중심지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광주시의 노력도 놀라울 따름입니다. 전반적으로 광주 시민과 정부는 여러 방면에서 미래지향적이고 적극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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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사(오른쪽)와 문재인 한국 대통령 (출처: 윤여철)


동시에 우리의 가치는 우리가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것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다른 문화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다른 나라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 중요합니다.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우리의 시각을 넓히고 국제 사회의 흐름에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광주 시민들이 세계 시민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입니다.


WHRCF: 광주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UN OHCHR),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및 인권도시의 미얀마 사태에 대한 마지막 협의에 이어 제11회 세계인권도시포럼에서 미얀마 특별회의가 진행될 예정인데 이번 회의에서 기대할 수 있는 내용을 조금 알려주실 수 있나요?


윤여철: 아직 준비 단계이고 주요 인사들의 참여 여부에 대한 확인도 필요한 상태입니다. 미얀마 유엔 특별보고관과 미얀마 인권활동가와 함께 미얀마 현지 상황에 대해 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안내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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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세계지방정부연합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지 성명' 회의를 진행중인 윤여철 대사 (출처: 윤여철)


WHRCF: 최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무엇이며 이러한 변화가 한국의 미래에 미치는 문화적, 경제적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윤여철: 최근까지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내에서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자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상황에서 이러한 지위를 가지게 된 것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의 발전이 모두의 상상을 뛰어 넘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주한 대사로서 이러한 비결에 대한 이유에 대해 자주 질문을 받아왔습니다. 저의 답변은 통상 수출 주도 전략의 채택,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도움,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 환경을 안정적으로 조성한 미국과의 동맹,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지속적인 강조에서 출발하고 이는 계속 이어집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굉장히 열심히 일했다는 것입니다. 비밀도 없고 쉬운 방법도 없습니다. 미래 세대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를 만듭니다. 한국 여성들의 뛰어난 회복력과 발전에 기여한 점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 활동한 외교관으로서 경제 성장과 위상 변화로 인한 영향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의 완전하고 활기찬 민주주의는 다른 나라들의 존경을 받기도 합니다. 직업 윤리와 전략적 계획 이외에도 전 세계 친구들의 도움의 손길도 기억해야 합니다. 이제는 우리가 손을 뻗을 차례입니다. 경제적 원조만이 아니라 현장에서 타인과 함께 일하며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점은 우리가 국제적으로 더 많은 존경을 받을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사진제공: 윤여철

제11회 세계인권도시포럼

-주제: 재난과 인권: 새로운 사회 계약

-날짜: 2021년 10월 7일-10일

-장소: 김대중 컨벤션센터 및 온라인

-웹사이트: www.whrcf.org